오늘 aT에서 주관하는 귀농귀촌박람회를 다녀왔다. 처음에 코엑스에서 하는 줄 알고 코엑스로 갔다가 다시 aT로 갔다. 귀농귀촌박람회가 많으니 장소를 정확히 확인하세요 ㅋㅋ ^^;;
지자체별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각 시, 군 단위로 세분화 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상담하기가 좋게 되어 있다. 대표적인 물건 샘플 몇개만 부스 앞쪽에 진열해 놓고 상담위주로 운영하였다. 물건을 많이 판매하는 수준의 박람회가 아니고 실제 귀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강원도 영월군, 전북 장수군 두군데서 상담을 받았다. 땅값은 얼마인지 어떻게 귀농할 수 있는지 등 물어보았다.
귀농상담한 내용들을 함께 공유해보고, 오늘 상담한 내용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각종 귀농 교육과 책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쓰면서 30대에 귀농에 대해서 한번은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해 보고 싶다. 모든 사람의 삶의 철학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유를 원하고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인간다운 삶은 누리기가 쉽지 않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자유가 없는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너무나 과도한 억제와 스트레스로 인해 도시생활을 벗어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에 걸리거나 자살을 하느니 차라리 제3의 장소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귀농에 대해 많이 알아보았다. 아직 귀농을 하지 못했지만 계속 귀농을 꿈꾸고 있다. 알아본 많은 정보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귀농을 할 때는 지원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 전환점이기 때문에 목숨걸고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철학과 맞는지, 현재 상황과 맞는지 매우 깊이 고민한 끝에 귀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주는 억압과 괴로움이 싫어서 귀농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런 부류다.
귀농을 선택했다면 자신과 맞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 자신의 고향이나 아는 분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정착이 쉽기 때문이다. 시골생활은 생각보다 배타적이기 때문에 정착이 쉬운 곳을 선택하면 좋다. 그런데 배타적인 이유를 찾아보면 대부분 귀농인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인의 마인드로 농촌생활을 해서는 안된다. 농촌은 모든 것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집에 무슨일이 있는지 대부분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농사를 짓는 것은 기계를 빌리거나 전문적으로 일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위탁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지내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귀농은 혼자하는 것보다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99% 아내의 반대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인생철학이 있고, 깊은 고민끝에 귀농을 결심했다면 반드시 1년은 혼자서 귀농생활을 해봐야 한다. 좋은 땅부터 사고 좋은 집부터 마련하고 시작하면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된다. 모든 땅은 족보가 있어서 땅마다 잘되는 작물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작물에 맞는 땅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맞는 지역을 선택한 후에 집은 구매해도 늦지 않다. 시골은 집, 땅 포함해서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대부분 저렴하다. 그리고 땅만 사서 좋은 집을 지어도 많은 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맞는 지역인지 잘 선택해야 한다.
농사를 돈벌이가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다양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면 여러가지로 돈벌이가 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시작하기 전에 정보수집을 대량으로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 오늘 박람회에서 만나서 경험한 분이 단호하게 말씀해 주셨다. 농사는돈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살게는 된다고 말씀하셨다. 11년 경력의 유기농 쌀농사를 짓는 분이셨는데 최근 순수입이 6백만원 정도라도 한다. 그 돈으로 자신의 모든 생활비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2백만원 정도는 쌀 판매수익이 아닌 농사직불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농사짓고 못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농사직불금이 프랑스, 스웨덴, 미국 등 해외는 연간수입의 30~5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연간 수입의 10% 수준을 돈으로 직접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도시평균소득대비 70%까지는 소득이 유지되어야 생활을 할 수 있을텐데 굉장히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식량은 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에 식량주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그냥 시장경제에 맡겨서는 식량주권이 파탄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겉으로는 대단히 많은 지원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본인하기 나름이다. 어떤 정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작물을 어떻게 농사짓느냐도 중요하다. 그리고 본인의 얼마나 즐겁게 노력하느냐도 중요하다. 노력도 하지 않고 국가탓만 하는 것은 반대다.
하지만 나도 결국은 농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 일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먹고는 살아야 한다. 스스로 식량주권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도시에서 힘들게 돈벌어서 식량을 사먹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식량을 사 먹을 수 없다. 그러면 해답은 본인이 직접 농사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너무 자본주의에 노출되어서 농촌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힘든일은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농업인 폴 베델이라는 분의 삶을 글로 쓴 "농부로 사는 즐거움" 이라는 책이 있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이 진정한 농촌생활, 인간다운 삶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가 지은 작물로 먹고 살고, 우유나 버터는 소젖을 짜서 공급받고 각종 유기농 재료들을 활용하여 빵을 만들고, 집에서는 항상 다정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삶. 너무나 살고 싶은 삶이다.

그리고 각 지역에는 귀농지원센터, 농업기술센터 등 각종 귀농인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정책이 많기 때문에 부족한 기술은 계속 배우면 된다. 그리고 농촌의 어르신들이 모두 기술자들이다. 그것을 젊은 귀농인들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면 농촌생활 성공을 이끌 수 있다. 그리고 귀농지역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마을 이장님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장님들이 대부분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 그리고 마을에 마을 사람들의 동의없이는 쉽게 집을 매매할 수 없다.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는 일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누가 마을에 들어오냐에 따라 그 마을은 부자가 될 수도 있고 완전히 분열되어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을 집을 매매할 때 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한번 발을 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자신보다는 아내와 가족들 때문이다. 오늘 만난 한분은 11년간 쌀농사를 지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자본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골에 와서 무작정 농사를 지었다. 지역 선택도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을 한번 가보고 바로 선택했다. 지금도 아내와 합쳐서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인은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한다. 다시 선택하라고해도 농촌생활을 선택한다고 했다. 밭을 경작하는 일들은 전문적인 분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관리만 한다. 이렇게 시골도 전문분야들로 분업화가 되었다. 반드시 한번 가보고 싶다.
도시생활도 힘들지만 농촌생활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농촌으로 가기를 권한다. 지금 나는 도시에 살지만 농촌에서 오랫동안 살아봐서 잘 안다. 농촌은 살아있다는 것을. 도시생활에서 한숨쉬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시골에 귀농해서 정착한 사람중에 대부분은 귀농을 권한다. 시골생활을 처음 접할 때는 힘들었지만 살아보니 너무 좋기 때문이다.
귀농을 하고 싶으면 우선 많이 경험해보고 박람회도 자주 다녀봐야 한다. 귀농관련 사이트도 매우 많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그냥 은퇴하고 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 신중하게 결정해서 행복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바란다.